[롱블랙 in 베를린] 디자이너, 에디터가 다녀온 iF 디자인 어워드

[롱블랙 in 베를린] 디자이너, 에디터가 다녀온 iF 디자인 어워드

안녕하세요, 롱블랙 디자이너 헤더입니다.
iF 디자인 어워드.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죠!
매년 iF 본사가 있는 독일에서, 세계 각국의 수상자를 모아 시상식을 열곤 해요.

이번에 롱블랙이 베를린에서 열린 iF 디자인 어워드 Press Tour에 초대받아 직접 그 현장에 다녀왔어요! (*Press Tour: 기업이나 기관이 언론·미디어 관계자들을 초청해, 현장을 안내하고 주요 행사·정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에디터 브랜든과 함께 시상식 현장 취재부터, iF 디자인 어워드 회장 및 총괄과의 대면 인터뷰, 그리고 베를린의 감각적인 장소들까지 돌아보는 알찬 일주일을 보내고 왔어요. 지금부터 iF 디자인 어워드 Press Tour 비하인드를 풀어볼게요!

아, 그리고 iF 디자인 어워드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위드 롱블랙 노트를 읽어보세요!


Chapter 1.

롱블랙의 첫 독일 입성! (feat. 17시간 비행)

금요일 퇴근 후, 저와 에디터 브랜든은 바로 암스테르담행 비행기에 올랐어요.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을 경유해, 장장 17시간 만에 베를린에 도착했답니다.

베를린 도착 후, 운 좋게 맑은 5월의 날씨를 잠시 즐기며 호텔 주변 미테 지구를 둘러본 후, 바로 첫 공식 일정인 웰컴디너에 참석했어요. 우베 크레머링 IF 디자인 어워드 회장의 인사와 함께 시작되었죠.

올해는 12개국에서 모두 23명의 인원이 함께했어요.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대만,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전 세계의 디자인 매거진/미디어 담당자들이 모였어요.
한국에서 참여한 팀은 단 두 곳! '월간디자인'과 '롱블랙'이었어요.
(새삼 롱블랙이 자랑스러워졌답니다..) 

오랜만에 영어로 이야기해야 해 처음에는 뚝딱거렸지만, 점차 익숙해졌고, 해외 디자인 미디어 담당자들에게 롱블랙을 열심히 소개했어요. 다들 흥미로워하시더라고요. 24시간이라는 콘셉트가 독특하고, 하루에 하나의 기사만 툭 읽어보라는 게 쿨하다(?)고요. 

웰컴 디너를 즐기고 숙소로 돌아온 후엔, 긴장이 풀려 금방 잠에 들었죠. 첫날 일정은 이렇게 지나갔어요. 

Chapter 2.

주어진 시간은 1시간, IF 디자인 어워드 회장을 인터뷰해라! 

다음 날 오전에는 베를린의 명소 두 군데를 다 같이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베를린의 '남산타워' 같은 명소, TV 타워. 그리고 유명한 건축가 미스 반 데어로에가 설계한 국립 미술관을 둘러보았죠. 날씨도 맑았고, 미술관에서는 보고 싶었던 오노 요코 전시가 열리고 있었지만…! 저희는 빠르게 호텔로 돌아왔어요.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었거든요.

바로 IF 디자인 어워드 회장 우베 크레머링Uwe Cremering과의 현장 인터뷰요!

우베 회장은 바쁜 일정 중에도 1시간을 내줘, 인터뷰가 성사되었답니다! 하지만 1시간… 롱블랙 입장에서는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어요. 왜냐고요? 롱블랙은 원래 3~4시간이 넘도록 이야길 나누거든요.

그리고 사실 고백하자면, 이번이 저 디자이너 헤더에게는 첫 인터뷰 참여였어요. 첫 출장, 첫 인터뷰, 짧은 시간,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 막막한 일 투성이였지만, 모르면 더 용감하다고 했다던가요? 인터뷰를 이끌어 줄 롱블랙의 베테랑 에디터 브랜든을 믿었죠. 

물론 브랜든만 믿고 있던 건 아니었어요. 저도 나름의 준비를 했죠. 시차 적응과 전날 일정으로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새벽에 노트북을 켜서 롱블랙을 소개하는 PPT를 만들고, 영문 소개 멘트를 준비해두었죠.

사실 처음에는 너무 긴장했어요. 우베 회장도 일정이 많아 바쁜 기색이 역력했거든요. 하지만, 점차 대화에 몰입하며 분위기가 조금씩 풀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고,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눈을 빛냈죠.

디자인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력은 무엇인지, 그래서 이걸 알리기 위함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단체가 얼마나 소중한지. 마지막으로 디자인 업계를 존중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연대하고자 하는 마음은 무엇인지. 디자이너로서 이 대화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벅차오르는 대화였어요.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장을 꼽아볼게요.

“디자이너에게 용기는 매우 중요하다 못해, 없어선 안 될 자질입니다. 자기 일을 능숙하게 해내는 걸 넘어,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자신을 믿으려 하죠. 그런 사람들은 결국 성공합니다.

탁월한 사람들은 실패하면 너그러이 한 걸음 물러납니다. 하지만 믿음으로 나아갈 땐 두 걸음씩 전진하죠.”

자신의 생각을 믿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걸 설득하고 조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점이 인상 깊게 와닿았어요. 

인터뷰를 끝낸 뒤에도, 회장님과 독일 지사 매니저분의 말에 또다시 감동 받았답니다. 

“많은 인터뷰를 해보았지만, 준비를 많이 해온 게 느껴지는 인터뷰였어요. 전혀 일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재밌는 대화였습니다.” 

이 칭찬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항상 모든 인터뷰를 이렇게 해오는걸요.”라고 어리둥절하게 말하는 브랜든…새삼 롱블랙 에디터들이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죠!

Chapter 3.

인터뷰가 끝났다고? 그럼 다음 인터뷰 가야지!

하지만 인터뷰가 끝나고도, 숨 돌릴 틈이 없어요! 같은 날 저녁, 14년 차 IF 디자인 어워드의 총괄 디렉터 프랭크 지렌버그와 저녁 식사를 겸한 인터뷰가 있었거든요.

우베가 조금 더 진중하고 책임감이 느껴지면서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프랭크는 한층 더 유쾌한 분이었어요. 노트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내밀면 자연스럽게 유러피안 모델 포즈를 취해주셨죠.

저녁 식사를 곁들인 인터뷰도 정말 색달랐어요.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IF 한국 지사장님과 두 한국 매니저님, 그리고 프랭크와 저희 둘이 함께했죠. 사실 쭉 긴장 상태여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지만, 편안한 분위기 속 진중한 질문이 오갔어요.

그 중 인상 깊었던 건, IF디자인 관계자들의 에너지와 태도였어요. IF디자인 어워드를 운영하며 가능성 있는 디자이너를 지원하고, 디자인 업계의 발전에 대해 말하는 눈이 반짝반짝 빛났죠. 

그 모습을 보는데, 문득 깨달았어요. ‘내가 그동안 내 생각에 갇혀 있었구나.’ 생각해 보면, 저는 지금까지 디자인을 직접 하는 것만이 디자이너의 일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 발짝 뒤에서 더 큰 그림을 그리며 디자인 업계가 더 빛날 수 있도록 일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일이더라고요. 

새로운 관점을 본 기분이어서 많이 놀라고, 감동도 받았답니다. 

Chapter 4.

디자인계의 오스카, 그 현장에 서다

독일 시간으로 4월 28일. 이날은 아주 중요했어요. 바로 프레스 투어의 꽃이자 핵심인, IF 디자인 어워드 본 시상식이 열리는 날이었거든요. 

IF 디자인 어워드는 흔히 ‘디자인계의 오스카’로 불려요. 올해로 72회째를 맞은 이 시상식은, 독일 베를린 중심부에 있는 ‘프리드리히슈타트 팔라스트’에서 열렸어요. 매년 이곳에 약 50개국에서 온 2,000명 이상의 디자이너와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곤 하죠.

IF 어워드는 단지 ‘상을 주는 자리’로 끝나지 않아요. 디자인 업계 자체를 축하하고, 함께 교류하고, 네트워킹을 만드는 장이에요. 

저녁 6시에 도착해, 입구만 봐도 알 수 있었어요. 디자이너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포토월에 새기고, 극장 입구에는 붉은 레드카펫이 깔리죠. 어느 브랜드도 중심이 아닌, 디자이너 개개인을 중심에 두는 이 구조가 참 좋았답니다. 

아, 극장 입구에서 한국 수상자분들을 만나기도 했어요. 비상교육, KT, LG, 앳홈 등 다양한 한국 기업이 참여해 수상했죠. 심지어 “롱블랙 잘 보고 있어요!”라고 인사해주신 분도 계셨답니다. 작은 인연 같지만, 먼 베를린에서 만나니 괜히 더 반갑더라고요. 

극장 안으로 들어서면, 참가 디자이너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포토월이 등장해요. 다들 그 벽에서 자기 이름을 찾으며 한참을 서성이더라고요. 우리가 도착한 순간도 마찬가지였어요. 서로 이름을 불러주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레 이야기꽃을 피웠어요. 그렇게 로비에서 사람 구경을 즐기다, 본격 시상식에 들어갔어요. 

사회를 보러 등장한 사람은, 어제 만난 IF 디자인 CEO 우베 크레머링 회장. 한 번 만났다고 그새 내적 친밀감이 생겼는지 반가웠어요.

시상식이 시작되자, 우베 회장은 특별히 선정된 75개의 골드* 수상작을 한 팀씩 소개해 나갔죠. 인상 깊었던 건, 소개되는 프로젝트마다 디자이너가 무대에 올라 직접 포즈를 취하던 모습이에요. 20명 넘는 팀원이 함께 무대에 올라가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그 밝은 에너지와 자신감이 참 멋졌어요. (*IF 어워드는 일반 상prize와 골드 상Gold prize 두 개가 있다. 이 중 우수한 수상작들이 골드로 분류된다. )

아,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두 가지 수상작도 소개해 드릴게요!

1. Mercado Novo / 2.Haikou Cinema

① Mercado Novo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 있는 오래된 시장, Mercado Novo를 위한 브랜딩 프로젝트였어요. 이 공간은 요즘 젊은 창작자들이 입주하며 복합 문화공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죠. 디자이너는 이 건물의 특징인, 격자무늬 벽돌 사이로 햇살이 드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햇빛이 칸칸이 들어와 생기는 빛과 그림자의 패턴을 다양하고 비비드한 컬러의 그래픽으로 표현한 거죠. 

② Haikou Cinema

중국의 영화관인데, 벽과 바닥뿐 아니라 천장에도 벽돌을 쌓았어요. 그것도 부드러운 곡선으로요! ‘떨어지면 어쩌지?’ 싶긴 했지만, 중력을 거스른 듯한 그 모습이 어쩐지 따뜻해 보이기도 했어요. 벽돌이라는 하나의 재료로 빚어낸, 예술 작품 같은 분위기도 인상 깊었고요.

Chapter 5.

왜 거기서 나와…? ‘노먼 포스터’의 깜짝 등장

이렇게 끝이냐고요? 아뇨, 진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어요. 바로 ‘라이프타임 어워드(Lifetime Achievement Award)’ 시상 순간이었죠. 평생에 걸쳐 디자인에 헌신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에요.

작년엔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가 수상자로 깜짝 등장했는데, 올해는 누가 올까 싶었죠. 현대 건축의 거장, 노먼 포스터 경(Lord Norman Foster)이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런던의 더 거킨, 베를린 국회의사당의 유리 돔, 일본 밀레니엄 타워까지…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명작들을 설계한 인물이죠. 그가 수상자로서 무대에 오른 순간, 객석에서는 오래도록 기립 박수가 이어졌어요.

그의 수상 소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롱블랙 피플에게 들려드릴게요.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것은 디자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디자인은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본질입니다. (Because everything in the world is design. And design is the very essence of the quality of our lives)”

Chapter 6.

국경을 넘어, 디자이너는 모두 친구! 

행사가 끝난 뒤에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과 칵테일 파티처럼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시간이 이어졌어요. 저는 가까워진 이탈리아, 영국, 중국 디자인 프레스 분들과 즐겁게 스몰토크를 나눴어요. 트로피를 들고 계신 수상자 분들을 마주칠 때면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죠. 

한껏 들뜬 분위기. ‘디자인’이라는 공통 언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벅찼어요.

이렇게 IF 디자인 어워드 Press Tour는 막을 내렸습니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동안, 많은 생각이 지나갔어요. ‘IF 어워드도 초청받고, 롱블랙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싶어 아련해지기도 하고, 독일에서 못 해본 것들이 떠올라 아쉽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게 있었어요. 결국 디자인은 ‘연결’하는 일이라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고, 브랜드와 사용자의 접점을 만들고, 가치를 더 가까이 전하는 것. 이틀간 베를린에서 만난 수많은 디자이너도 같은 목표를 위해 일하더라고요.

언젠가, 저도 그런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